붉은사슴뿔버섯(Trichoderma cornu-damae, 예전 학명 Podostroma cornu-damae)은 육좌균과에 속하는 버섯의 일종으로, 버섯갓이 없고 원통형 또는 산호형으로 손가락 모양으로 갈라져 있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사슴뿔과 비슷한 모양이라서 붉은사슴뿔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카엔타케(カエンタケ)라고 부르는데 ‘카엔’은 ‘화염’을 일본어로 읽은 것으로, 버섯의 모양이 불꽃과 비슷해서 카엔타케라고 부릅니다.
이 버섯은 독버섯으로, 소량만 섭취해도 치명적인 맹독을 가진 버섯이므로 주의가 요구됩니다. 갓이 피지 않은 어린 영지버섯과도 유사하게 생겼고, 특히 건조한 상태에서는 더욱 구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중독사고가 자주 일어나기도 합니다.
붉은사슴뿔버섯은 트리코테신(Trichothecene)이라는 곰팡이 독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독소는 매우 강력한 독으로, 냉전 시기 ‘황우'(yellow rain)라는 생화학무기로도 사용되었을 정도로 치명적인 맹독입니다. 트리코테신은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작용이 있어서, 트리코테신에 중독되면 방사선 피폭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30분 내로 복통, 지각력 변화,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 얼굴 피부가 벗겨지고, 탈모, 소뇌 수축으로 인한 언어 장애와 움직임 문제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다발성 장기부전, 신부전, 파종성혈관내응고 등의 증상도 나타납니다.
2019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김기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붉은사슴뿔버섯에서 몇 가지 신물질을 발견한 바 있는데, 그 중 화제가 된 것이 유방암 세포 생장을 억제하는 ‘로리딘 E’라는 신물질입니다. 다만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물질이고, 일반인이 평범한 설비로 독 성분을 제외하고 해당 성분만을 추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채취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