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우표제는 다음의 한메일넷이 2002년 도입했던 메일의 부분 유료화 정책입니다.
당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민 이메일로 자리매김하던 한메일넷은 이 정책으로 인해 사용자 이탈이 가속화되어 쇠퇴함으로써, IT 기업의 실패한 정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발단
당시 국민 PC 시대의 개막과 함께 인터넷의 보급으로 PC통신이 황혼기에 접어들자, 다음은 강력한 포털 사이트로서의 매력과 빠른 속도를 어필하며 자사의 메일 서비스 한메일넷의 점유율을 착실히 늘려나갔고, 이에 너도나도 한메일을 이용하며 점유율 1위의 한국 이메일 서비스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는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한메일넷을 통해 오가는 스팸메일도 크게 늘어났고, 그로 인해 시스템 부하도 늘어나면서 다음 측에서는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는 스팸 필터링 기술이 부족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다음이 내세운 정책이 바로 온라인 우표제였습니다. 이는 대량의 메일을 보내는 사업자에게 메일 발신 비용을 청구하는 시스템으로, 스팸도 막고 수익도 창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대량 메일을 발신하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은 뒤 우표처럼 발신 비용을 매기고, 수신자가 ‘정보성’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발신 비용을 환급해 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만약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라면 발신이 차단되고 관련 서류를 발송하라는 메시지가 발신자에게 나타납니다.
반응
업계에서는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에 대해 ‘이메일 분야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익 창출에 나섰다’며 반발하는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마이클럽, 인터파크, 롯데닷컴, 삼성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이메일 등 49개 업체는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를 반대하며 ‘이메일 자유모임’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다음이 스팸메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등에 업고 돈벌이에 나섰다’며 비판했고, 또 ‘다음은 이메일 문화 정화를 명분삼아 돈벌이를 하려는 것’이라며 꼬집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메일 문화 정화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제적인 유료화 말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문제점
그러나 온라인 우표제는 다음의 의도와는 전혀 상반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선, 각종 뉴스레터들이 이 온라인 우표제 때문에 수신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해외의 뉴스레터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면 진짜 스팸메일은 제대로 막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국내 스팸 발신자들은 이를 알고 교묘하게 계정을 쪼개서 스팸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대용량 이메일 발신 차단 시스템을 우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우표제는 정작 막아야 할 스팸은 못 막고 막지 말아야 할 정보성 메일은 막는 희한한 시스템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이트들은 회원 가입시 이메일란에 한메일은 쓰지 못하게 막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보성 메일을 보내는 사이트 입장에서도 다음에 사전 허가 받는 번거로운 절차 거치고 유료로 정보성 메일 보내느니 차라리 우표제 없는 다른 메일 서비스로 정보성 메일 보내는 게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한메일넷을 이탈해 다른 메일 서비스로 갈아타는 이용자들이 급증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온라인 우표제가 개인 사용자에게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한메일넷 이탈에 한몫했습니다.
여파
온라인 우표제로 인한 한메일넷 이탈이 가속화되는 와중 네이버가 급성장하였고, 한메일넷에서 네이버 메일로 옮기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한메일넷은 한국 메일 점유율 1위 자리를 네이버 메일에게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의 급성장과 함께 네이버 카페도 성장했고, 다음 카페도 사용자 유입이 부쩍 줄어들었습니다.
다음은 뒤늦게 온라인 우표제를 철폐하였으나, 이미 떠나버린 이용자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쇠락의 길을 걷다가 2011년 한메일넷의 서비스명을 다음 메일로 변경한 데 이어 2014년 카카오에게 합병되고 맙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우표제는 잘나가던 IT 기업을 한순간에 몰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최악의 실수로 회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