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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은 3일인가, 4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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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12월 21일,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에게 어느 장소에서 ‘사흘’ 뒤 만나자는 약속을 합니다. 남자친구는 정확히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에 만나자는 것으로 일고 그 전날인 12월 24일 집에서 푹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왜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느냐며 화를 내고 헤어지자고 말합니다. 도대체 남자친구는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자친구에게 결별 통보를 받는 비참한 일을 겪게 된 것일까요?

정답은, ‘사흘’이라는 단어를 4일로 오해한 것입니다. ‘사흘’에 들어가는 ‘사’라는 글자가 숫자 4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사흘’은 4일이 아닌 3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4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은 ‘나흘’입니다. 사흘과 나흘이 헷갈린다면, 3과 4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셋’과 ‘넷’을 떠올리면, 즉 ‘사흘’은 ‘셋’에, ‘나흘’은 ‘넷’에 대응시키면 됩니다.

참고로 ‘사흘’은 중세국어에서 ‘사ᄋᆞᆯ‘이라는 표기로 나타납니다. 이것이 나중에 아래아(ㆍ)가 ㅡ 발음으로 변하고 둘 사이에 ㅎ 발음에 첨가되는 변화를 거쳐 지금의 ‘사흘’이 된 것입니다. 나흘도 마찬가지로 ‘나ᄋᆞᆯ‘이었다가 같은 과정을 거쳐 ‘나흘’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사흘’과 ‘나흘’은 순우리말이기 때문에 이를 *’3흘’, *’4흘’ 식으로 쓰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또한 *’삼흘’이라는 표기도 있는데, 이는 사흘을 4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표기이므로 역시 옳지 못한 표기입니다. ‘이틀’을 *’2틀’로 적는 것도 틀린 표기입니다.

현재는 수정되었지만, ‘“여러분이 그리워요” 뉴진스 하니, 집안 싸움 후 10흘 만에 전한 근황’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있었습니다. 숫자 10을 ‘열’로 읽을 수는 있지만, ‘열흘’은 ‘열’과 ‘흘’로 분석되는 단어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한 단어이므로, *’10흘’로 적는 것은 잘못된 표기입니다. [주: 어원적으로 보면 ‘열흘’은 ‘열’ 뒤에 ‘-을'(-흘)이 붙어 생긴 말이 맞기는 한데, 오늘날 ‘-을'(-흘)은 생산성이 없는 접미사로 보기 때문에 ‘열’과 ‘흘’로 분석하지 않고 ‘열흘’을 통째로 한 단어로 보고 있습니다.]

날짜를 뜻하는 순우리말:
1일 하루, 2일 이틀, 3일 사흘, 4일 나흘, 5일 닷새, 6일 엿새, 7일 이레, 8일 여드레, 9일 아흐레, 10일 열흘.
10+n일은 앞에 ‘열’을 붙입니다. (예: 열하루, 열이틀)
20일은 스무날, 20+n일은 앞에 ‘스물’을 붙입니다. (예: 스물하루, 스물이틀)
30일은 서른날입니다.
그 밖에: 15일 보름, 21일 세이레, 매달 말일은 그믐, 한 달보다 조금 긴 시간은 달포입니다.
몇째 날 또는 여러 날은 며칠입니다. (*몇일이 아님, ‘-날’과 결합하면 며칟날)
1일-10일 뒤에 ‘-날’을 붙일 경우
1일 하룻날, 2일 이튿날, 3일 사흗날, 4일 나흗날, 5일 닷샛날, 6일 엿샛날, 7일 이렛날, 8일 여드렛날, 9일 아흐렛날, 10일 열흘날
(‘열흘’+’-날’은 *’열흗날’이 아닌 ‘열흘날’임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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