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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날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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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복날에 대표적으로 자주 먹는 보양식인 삼계탕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동아시아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여름 중 특히 더운 세 날을 복날이라고 불렀고 이 날이 세 번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초복, 중복, 말복) ‘삼복’이라고 불렸습니다. 이 날에는 무더위로 인해 쇠해진 기력을 보양식을 먹어서 보충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삼복은 추석이나 설 같은 대명절도 아니고 24절기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만 관습적으로 오랫동안 지켜왔던 날이기 때문에 정월 대보름, 한식, 단오, 칠석과 함께 ‘잡절’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삼복은 절기는 아니지만 날짜가 정해지는 기준이 24절기와 관련이 있는데,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달력을 보면 2024년을 갑진년(甲辰年)이라고 하는 것처럼 각 날짜에도 갑자(甲子), 을축(乙丑) 식으로 육십갑자가 붙어 있는 달력도 있습니다. 이는 동아시아권에서 전통적으로 날짜와 시간 단위에 갑자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24절기와 각 날짜를 기준으로 복날을 정하는 날짜를 설명하자면, 먼저 초복(初伏)은 하지 이후 3번째 경일입니다. 여기서 경일이라 함은 갑자 중 천간 부분이 경(庚)인 날짜를 의미합니다. 2024년 기준 하지는 6월 21일(병진/丙辰)이고 그 이후 오는 첫 경일이 6월 25일(경신/庚申)이므로 2024년 초복은 그 첫 경일로부터 20일이 지난 7월 15일(경진/庚辰)이 됩니다. 참고로 하지 당일이 경일인 경우 그 날을 첫 경일로 삼게 되므로 하지로부터 20일 뒤가 초복이 됩니다. 따라서 초복은 하지로부터 짧으면 20일 뒤, 길면 29일 뒤에 오게 됩니다.
중복(中伏)은 하지 이후 4번째 경일입니다. 그러므로 중복은 항상 초복으로부터 10일 뒤에 오게 됩니다. 이를 근거로 하여 2024년 중복 날짜를 구하면 7월 25일(경인/庚寅)이 됩니다.
말복(末伏)은 그 기준이 좀 다릅니다. 왠지 하지 이후 5번째 경일이 말복일 것 같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닌 경우는 하지 이후 6번째 경일이 말복이 됩니다. 왜냐하면 하지를 기준으로 하는 초복이나 중복과는 다르게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입추 이후 첫 경일이 말복이 됩니다. 2024년 기준 입추는 8월 7일(계묘/癸卯)이고 그 이후 오는 첫 경일은 8월 14일(경술/庚戌)이므로 2024년 말복은 8월 14일이 됩니다. 하지와 마찬가지로 입추 당일이 경일이면 바로 그 날이 말복이 됩니다. 초복과 중복은 항상 10일 간격이지만, 중복과 말복은 해에 따라 10일 간격일 수도 있고 20일 간격일 수도 있습니다. 중복과 입추 사이에 경일이 한 번 더 있으면 중복과 말복 사이의 간격이 20일로 늘어나는데, 이런 경우를 가리켜 월복(越伏)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중복과 입추 사이에 경일이 없어서 중복으로부터 10일 뒤에 바로 말복이 오는 경우를 매복(每伏)이라고 부릅니다.

정리하자면,

  • 초복: 하지로부터 3번째 경일
  • 중복: 하지로부터 4번째 경일
  • 말복: 입추로부터 첫 경일

이렇게 정해집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경일을 복날로 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인데, 이를 이해하려면 음양오행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10개의 천간 중 홀수번째 천간(갑, 병, 무, 경, 임)은 양에 속하고 짝수번째 천간(을, 정, 기, 신, 계)은 음에 속합니다. 또 이 10개의 천간을 다시 앞에서부터 두 개씩 나눠서 오행(목, 화, 토, 금, 수)을 부여하는데, 7번째 천간인 경은 양과 금에 속합니다.
여기서 금은 계절 중에서는 가을에 배정되어 있습니다. 반면 여름에 배정된 오행은 화이며, 화는 금을 극하는(이기는) 관계입니다. 즉 경일을 복날로 정한 것은 양기가 너무 강해 여름을 상징하는 불의 기운이 가을을 상징하는 쇠의 기운을 굴복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구분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양(陽) 갑(甲) 병(丙) 무(戊) 경(庚) 임(壬)
음(陰) 을(乙) 정(丁) 기(己) 신(辛) 계(癸)
계절 여름 토용 가을 겨울

여기서 ‘토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계절이 바뀌는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사립(입춘, 입하, 입추, 입동) 직전의 약 18일씩(합계 ≒72일)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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